책 읽기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 최규석
미완성조각
2013. 8. 23. 07:58
최규석씨의 초기 단편을 모은 작품집. 재미있는 건 작품마다 비평가의 평을 첨부해 놓았다는 것. 덕분에 이해 못했던 의미를 이해한 것도 있지만, 왠지 상상력이 제한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습지생태보고서에 나온 작가의 말 중에, 때 미는 것에 비유한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의 만화들은, 더러운 것을 참지 못해서 피가 날 때까지 때를 벗기는 느낌이다. 이러한 거칠고 날 것 같은 작업들을 거듭하며, 습지 같은 작품이 나왔으리라.
1. 사랑은 단백질
- 그나마 습지의 여유로움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작품. 등장인물들도 습지의 시초인 듯.
2. 자살 방조
- 비평가의 해설이 도움이 되었던 작품. 부속품에 불과해진 사람을 돌아보게 하는.
3. 콜라맨
- 아이들이 등장하는 만화인데, 가만 보면 굉장히 섬뜩하다. 나는 그렇게 누군가를 죽이고 올라선 적이 없었던가. 꼭 육체의 생명을 끊는 것이 아니더라도.
4. 공룡둘리
- 원작 둘리 만화를 자세히 안 봐서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좀 떨어지는 것 같다. "불편한 진실"의 심각한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5. 리바이어던
- 이 만화는,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먼저 알고 봐야 할 듯 하다. 읽어볼 책 하나 추가.
6. 선택
- 초기 작품인 만큼 약간은 극단적인 흑백논리로 치우쳐 보임.
7. 솔잎
- "선택"과 마찬가지. 지배자는 신화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과학은 과연 신화가 아닐까?
마지막 쪽만화도 기억에 남는다. 디 벨레와 연관시켜서 생각해볼 수도 있는 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