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기
두개의 선
미완성조각
2013. 3. 14. 02:18
1.
나는 순응주의자인가?
최근 던져본 이 질문에 대답하자면, 나는 순응하는 데에 길들여져 있는 편이라 생각한다.
막내로 태어나 형들 혼나는 거 지켜보며 말 잘들어 칭찬받는 방법을 터득했던 것, 어린 시절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고 마음이 약해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굴복했던 것, 군대 가기 전까지 기독교적 가치관을 따라 권위에 순종하는 것을 선으로 생각했던 것 등이 그렇게 된 이유일 듯 하다.
2.
그러나 살다 보니,
순응하면서만 살 수가 없어졌다.
종교적 가치관이 옅어지면서 절대적으로 순종해야 할 대상이 모호해 진 점,
그러다 보니, 어느 한 대상(인간이든 가치이든)에 순응하는 것이 동시에 다른 대상에는 반기를 드는 것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때로 순응하지 읺아야 하는 사회적 역할을 맡게 되는 점,
등이 그 이유다.
3.
어떠한 대상에 순응하든 순응하지 않든,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 대상이 사회적 통념이나 제도라면, 순응하지 않을 경우 외로움, 제도적 불이익이 대가로 따라올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서는 어떠한 질문을 던져야 할까?
왜 순응하기를 거부하는가?
단지 혼자 순응을 거부하는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로 보고 개혁하려 하는 것인가?
혼자 거부하는 것이라면,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치러야 할 대가들을 감내할 만큼 소중한 것인가?
개혁을 생각한다면, 함께할 동지들이 있는가? 어디까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함께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이 아닐까?
4.
그러나 사실은,
앞뒤 안 가리고 싫은 걸 싫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그리고 변화는 그런데서 출발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