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뿌리
미완성조각
2014. 5. 3. 01:09
상가집에서 나오기 전 마지막 대화의 주제는 선산이었다. 대를 이어 죽은 이들이 묻히는 곳. 한 가문의 뿌리처럼 여겨지는 곳. 나에게는 그런 곳이 없다. 아버지는 황해도 태생으로 전쟁 때 내려오셔서 이리 저리 떠도셨다가, 지금은 분당의 납골묘에 육신의 잔재가 남아 있으시다. 어머니는 경상도 토박이지만, 외가 쪽과의 교류가 끊긴지는 20년도 더 된 것 같다. 내 고향은 울산이지만, 울산이 내 뿌리라는 느낌은 거의 없다. 나에겐 낯선 도시일 뿐이다. 그나마 오래 살았던 인천도, 고향이라는 느낌은 없다. 나는 뿌리 없이 떠 있는 그 무엇 같다. 그닥 싫지도, 아주 좋지도 않다. 그냥 그렇다. 어딘가 뿌리를 내리고 싶은 생각은 강하지 않다. 마음의 안정을 얻고 싶을 때는 있으나. 아직은 좀더 떠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