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인생의 의미 - 토마스 힐란드 에릭센

미완성조각 2025. 2. 8. 15:29

이렇게 직설적인 제목의 인생수업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퇴직하신 직장 선배님이 얼마전 신년 모임에서 선물해 주신 책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의무감에 읽기 시작했다.

 

기대보다 좋았다.

작가가 북유럽 출신이라는 사실과 - 난 북유럽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 인류학자인 작가가 암에서 회복된 후 삶의 의미를 돌아보며 쓴 책이라는 사실을 알고 좀더 열린 마음으로 읽게 되어 그런 듯도 하다.

한글 번역본의 제목을 원제를 따라 "인생의 7가지 의미"라고 했으면 처음부터 좀더 흥미가 끌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박웅현의 "여덟 단어"처럼.. 그 7가지가 뭘까 하는 호기심이 책 제목을 보면서부터 생겼을 것 같은데 말이다. 

박웅현의 책 제목을 예시로 들게 된 건, 이 책을 읽으며 "여덟 단어"와 어떤 면에서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두 책 모두 작가가 인생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키워드로 정리한 방식이 유사하다. "여덟 단어"를 읽은지 시간이 좀 지나서 기억이 가물하지만, 이 책의 7가지 의미는 하나의 시퀀스처럼 이어져 있다는 것이 "여덟 단어"와는 좀 다른 특징이다. 

1장 <관계>에서 '실'이라는 테마가 처음 등장해, 마지막 7장 <실 끊기>까지 이어지는 '실'의 시퀀스를 읽고 나면 인생이라는 여행의 시작과 끝을 백일몽처럼 꾸고 난 느낌도 살짝 든다. 

 

나중의 기억 되살림을 돕기 위해, 각 장의 제목인 인생의 7가지 의미와 각 장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책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어 놓는다. 

 

1. 관계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려면 권리와 의무가 가득 찬 친밀한 관계가 필요하다. 

* 그 친밀한 관계를 작가는 '실'이라고 칭하며, '실'은 이 책의 서사를 이루는 테마다.

 

2. 결핍

평지를 걷는 것이 좋아도 가끔은 오르막길을 가야 한다. 편한 내리막길을 가려면 힘든 오르막길이 필요하다.

 

3. 꿈

꿈속 세상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아무도 우리의 꿈을 빼앗을 수 없다. 꿈의 가능성은 삶을 견디게 해준다.

 

4. 느린 시간

느림은 규칙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시들어버리는 삶의 근육이다.

* 이 책에서 단 하나의 문장을 기억하라면, 이 문장이다. 올해 나는 느림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아침 1시간을 독서에 할애하기로 했다. 부디 연말까지 지킬 수 있기를...

 

5. 순간

순간이면 충분하다. 아무리 짧은 순간도 충분히 의미 있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삶에 만족할 수 있다.

 

6. 균형

나는 균형의 기술을 통해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내 페이스대로 헤엄칠 수 있다.

 

7. 실 끊기

소크라테스는 철학이 죽음을 위한 준비라고 말했다. 죽음은 철학의 능력과 관계없이 좋은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