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2014. 3. 6. 07:06
을 듣다가 갑자기 한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음악이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을 경험했던 기억.

7년 전 쯤 여름에 부천국제영화제와 공동마케팅을 진행했었다.
영화제 측에서 부스를 하나 배정해 주겠다고 했는데, 부스를 배정받아도 마땅히 할게 없어서 사양했다. 그런데, 부천시청에 딸린 작은 전시실에서 영화제 기록사진전을 열려고 하는데, 그 한 켠에 공간을 줄테니 미니카페를 운영하면서 홍보도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전시실은 시청 1층 로비를 통해 들어가는데, 전시실의 후문으로 나가면 천장이 높은 유리 온실이 있었다. 넓은 공간이었으나, 중간 중간 나무 몇그루가 심어져 있고 한쪽에 자판기 한대와 재털이만 있을 뿐 횡한 느낌이었다. 유리도 오래도록 닦지 않아 지저분했고. 시청 직원들의 흡연 장소 정도로 밖에 기능을 못하는 생명력 없는 공간이었다.
전시실 후문 쪽에 미니카페를 설치하고, 온실 안에 10여개의 야외용 알루미늄 원탁을 놓았다. 그런대로 보기 나아졌지만 뭔가 부족했다. 음악을 틀고 싶은데, 음향시설이 없었다. 결국 집에 있던 오디오를 들고 왔다. 오래되었지만 성능 좋은, 하지만 좁은 우리집에는 너무 큰 전축용 스피커를 길에서 주워다 쓰고 있었는데, 넓은 공간에서 실력을 발휘해 주었다.
긴 스피커선을 사와서 온실의 양쪽 구석에 스피커를 놓고 음악을 틀었을 때, 먼지만 가득하던 공간에 온기가 돌고 말라버린 듯 했던 나뭇잎들도 물기가 올라 초록의 빛이 선명해졌던 기억이 난다. 정말 신기할 정도였다.
그때 자주 틀었던 노래 중 하나. 온실에서 커피를 마시던 분들이 무슨 노래냐며 자주 물어봤던 곡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들으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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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완성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