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5.12일 일기>
회사라는 것이,
별다른 자각 없이 있다가는,
충직한 개가 되기 딱 좋은 곳이다.
직급이 올라갈 수록,
보낸 시간이 길어질 수록,
점점 더, 충직한 개가 되어 간다.
언제부터인가 "개인"인 인간은 찾아보기가
힘들어진다.
문득, 개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작은 소망이 생긴다.
내가 개가 되면,
나를 따르는 이들도,
개보다 못한 인간이 되지 않겠나.
저 때만 해도, 내가 노동조합 간부가 될 거라고 생각지는 못했었다.
생각이라는 것은, 또 그 생각을 적어본다는 것은,
미래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다시 지금, 나는 2년이 남은 노동조합 간부 임기 동안,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가?
노동조합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 시점에 내가 바라는 사회는,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다.
내가 바라는 회사 또한, 다양성이 존중받는, 그래서 구성원이 행복한 회사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총체다. 조합원의 일반적 의식과 바람을 많이 앞질러 갈 수는 없다.
노동조합의 집행간부로서 나는, 내가 바라는 회사, 또는 내가 생각하기에 올바른 방향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내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일반적 의식과의 갭이 있다면,
그 갭을 줄여나가는 것이 먼저다.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되, "나"의 인간으로서의 유한성을 항상 인식해야 한다.
나의 시야는 제한적이며, 망각으로 인해 인식의 일관성과 깊이에도 한계가 있다.
공부의 목적은, 전체로서 연결되기 위한, 다른 조각들과의 소통에 있음을 잊지 말자.
내가 조합간부로서의 책임감에서 공부를 한다면, 그 목적은 계몽이나 선동이 아니라, 일반적 의식의 이해와 확장에 있음을 기억하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텍스트를 화자의 삶과 연결시켜 읽기 (0) | 2013.01.02 |
---|---|
2012.12.31 (0) | 2012.12.31 |
노동운동의 방향성 - 금전적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개선된 사업장의 경우 (0) | 2012.12.28 |
대선을 생각하며 (0) | 2012.12.12 |
2012.11.30.아침 (0) | 2012.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