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한국어판은 영어로 쓴 원작을 저자의 아내가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이 책만 아니라 저자의 그전 여러 저서들도 그런 식이다.
어떻게 그 어려운 작업을 부부가 해낼 수 있는지... 참 금슬이 좋은 부부인 듯 하다.
책 한 권만 쓰고 번역하는 작업을 같이 해도, 싸우다 사이가 틀어지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난 사실 요리를 좋아하지도 잘 하지도 못한다. 관심도 많이 없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좋아하나, 미식가는 아니다. 왠만하면 다 맛있으니까..
그래서, 음식과 요리를 가지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게 흥미롭고, 한편으로는 존경스럽다.
거기에 경제학 이야기까지 섞어서..
장하준이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 분의 책은 처음 읽어보았다.
생각했던 것 보다 재밌는 - 또는 재밌으려고 노력하시는 - 분인 것 같다.
이 책은 음식재료 또는 요리와 경제학 이야기를 연결시킨다는 포맷을 정해놓고 쓰다 보니,
어떤 장(chapter)들은 그 연결이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했고,
좀 집중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다.
이 분의 다른 책들을 더 읽어봐야겠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정도를 읽어보고 싶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하고 싶은 부분은 '13장 고추'에서 이야기한 돌봄노동에 대한 이야기다.
돌봄노동에 대해 관점과 관행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
1. 관점: 돌봄노동이 인간 생존과 복지에 얼마나 중요하고 핵심적인 활동인지를 인식해야 하며, 그 가치가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시각을 버려야 하고, 돌봄노동이 여성의 일이라는 생각과도 이별해야 한다.
2. 관행: 남녀 임금 격차를 좁히고, 남성 지배적인 직군에 여성이 더 접근하기 쉽게 하고, 인종 차별과 싸워야 한다.
3. 제도: 양성 모두에게 유급 돌봄휴가를 더 길게 허용, 값싼 보육기회 제공(재직여부 무관), 연금 계산시 '돌봄 노동 크레디트' 도입하거나 더 강화, 돌봄노동의 최저임금 상향 및 노동환경 개선 등
경제학 책은 항상 읽을 때는 뭔가 이해를 한 거 같은데, 덮고 나면 모든게 다시 새롭다..
김광석의 노래처럼.. 이제 다시 시작이다..